성냥그래픽스

Font Design
벽돌 배리어블

디학 구모아 선생님의 글꼴 디자인 수업을 통해 한 문단의 글꼴을 제작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20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던 테오 반 되스버그(Theo Van Doesburg)의 디자인을 보고 그가 영어에 적용한 규칙을 한글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글꼴의 형태는 충분히 단순해서 규칙만 생각하면 되었고 규칙을 만들고 쉽게 적용시키는 방법을 찾으며 프로그램의 설명서를 읽던중, Python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매크로의 제작 및 사용이 가능하고, OpenType 기능을 사용해서 폰트에 프로그램을 내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습니다.

만들던 글꼴로 글자를 썼을 때 역시 읽기 좋다기보다, 획과 여백의 불규칙한 반복으로 생기는 질감으로 접근하는 편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배리어블 기능을 통해 아예 읽지 못하도록 변형이 되어버려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보는 분들은 잠깐 글자와 패턴 사이에서 해메이게 되는데, 헤메이는 것도 저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4주간의 수업이 끝나고도 따로 글꼴 한 벌을 끝까지 완성시켜보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받아주셨고, 2주에 한 번씩 파주에 가서 진행상황을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발은 4개월이 걸렸습니다.

폰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한 2790자의 기초 한글에 ‘쐋’같은 낯선 글자가 들어있었는데, 이들 글자들을 하나의 규칙 안에 넣기 위해서 규칙을 새로이 만들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매크로를 마음껏 사용하며 글꼴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소소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for glyph in list:
layer = Glyphs.font.glyphs[glyph]
layer.layers[1].shapes.append(Glyphs.font.glyphs["ga-ko"].layers[1].shapes[0])



가령 매크로는 이런 방식입니다. list배열 안의 glyph들을 돌아가면서 ‘가’에 있는 0번째 모양들을 하나씩 복사해줍니다. 벽돌 배리어블은 <파임>이라는 규칙이 있는데, ‘ㅏ’ 또는 ‘ㅑ’뒤에 오는 글자들이 최소한의 가독성과 일정한 속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앞글자에 영향을 받아 파여진 상태로 나타납니다. 제일 앞에 있는 글자인 ‘가’에 붙여넣을 ‘파임’ 사각형을 가져다 놓고(도형의 획의 방향은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이 있는데, 다른 방향의 도형이 만나면 겹쳐진 영역이 사라집니다) 파여야할 모든 글자들에 붙여넣는 방식입니다.

파주로 가기로 한 날에는 선생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초조함에 잠이 오지 않는 밤도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잘 봐주셨는지 늘 칭찬을 넉넉하게 챙겨주셨고 파주의 막히는 퇴근길이 아무리 밀려도 싱글벙글 웃으면서 집에 갈 수 있었고 덕분에 폰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Left
Right
Up
Down
Width